커피한잔

선택하며 걸어가는 길

니엘s 2018. 5. 1. 00:01


초록이 싱그럽게 올라오는 산행길을 나서는 사람들.

굽이 굽이 돌고 돌아가는 하는 인생길이지만

삶의 일부이듯 불평불만 없이 한걸음을 내 딛는다.

가파름은 인생에 장애물이 될수 없다.

오르막길이 있기에 내리막길 또한 값진 것이기에..


옳곧게 뻗어있는 대나무 숲길에 들어왔다.

정갈하니 흩으러진 모습 하나 없이

위로 위로만 올라가고 있다.

눈부신 하늘을 가리고

은은한 죽순 내음을 풍기며

발걸음을 잡아 놓는다.

쉬고 싶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찾아올 서늘한 냉기가

온몸을 감싸겠지?


메타세콰이어길.

빠르게 걷던 발걸음의 속도를 서서히 늦추며

가볍고 천천히 걸어보라고 붙잡는다.

뭐가 그리 분주하고 빠른 걸음이냐고.

사이 사이 들어오는 햇살 길동무하며

나무 향기 가득한 흙내음 안주삼아

지친 무게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라 한다.

심호흡 해 보라고...


콘크리트에 갇힌 길이 아닌

숨을 내쉬며 생명이 살아 숨쉬는 흙길을 걸어가 본다.

굽 사이에 막힌 매끄러움이지만

그 부드러움을 알기에

천천히 콧노래 부르며 걸어가노라니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며

소나무 향이 솔솔~

숲길을 걷는 오솔길의 정겨움을 선물한다.


집앞에 곧게 뻣어나가는 대로변.

사연 많은 차들이 쌩쌩~

속도를 높이며 지나친다.

정이 없는 매마른 대지같은 삭막함.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을 감수해야 하는

살얼음판 같은 일상의 아슬함이 무겁다.


커피한잔 타들고 거리고 나오고 싶다.

클래식 한곡 틀어놓고..

사뿐 사뿐 꽃길을 산책하듯 가볍게 나와서

평안과 고요함을 싱그러움을 담아 내고 싶다.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가는 길은 행복한 일이라고.


애마에 시동을 걸고 싶다.

혼자가면 재미없을 직선주 도로.

아우토반으로 땡기는 묘미와 스릴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젊다는거..

흥분이 된다는거..

혈기가 있기에 좀더 건강하게

오늘을 걸어가며 달릴수 있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설래임이 피어나는 다리위.

가만히 강줄기를 바라보노라면

무슨일이 생길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바람을 친구삼고

느긋함을 배편 삼아서

인생의 여가를 즐길줄 아는 멋는 아는 사람들.

조급함이 아닌..

분주함이 아닌..

지친 일상을 내려 놓을줄 아는 지혜.

다리 위에서..

다리 아래서..

그렇게 여흥은 또다른 생기를 선물한다.


가을이 수놓은 한적한 길위에

붉은 융단은 안쓰러운 나를 위로해 주는것 같다.

길고 고단하게 걸어와야 했던

수만가지 수천가지..

인생사 문제와의 싸움에서

내가 흘려야 했던 상처들의 흔적과도 같은..

아픔의 혈은들이 뿌려진듯

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잘 살아 왔다고.

그런 수고스러움 없이는

인생을 배울수가 없다고.

잘 견디었다고.


몸안에 수분이 싹~ 빠진 퇴색된 나뭇잎들이 딩굴고 있다.

이리저리 부딪겨도 아프지가 않다.

떨어지는 고통도 알수가 없다.

힘이 없기에 욕심도 없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황혼길은 무겁지 않고

가볍게 걸어갈수 있겠지.

길게 뻗어 내려져 있는 출렁다리위.

흔들리는 멀미쯤이야 이제는 두렵지 않다.

인생의 단맛 쓴맛..

오감을 맛본 나이기에

이 정도의 어지러움 정도는

두눈 질끈 감고도 평안을 유지할수 있다.

나를 지탱해줄 그 여유로움은 동행의 기쁨이다.


진솔한 삶이 함께하는 바닷가 선착장에는

식솔들의 생계를 위한 가장들의 무게가

그대로 정박되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부셨던 아버지의 손가락 지문이 다 닳아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셨던 그 삶의 터전위에

자녀들의 미래는 안전하고 따스했다.

뱃길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

만선을 꿈꾸며 출항하는 어부들의 힘찬 뱃고동 소리.

닻을 올리고 내리는 우렁찬 함성소리.

출항하는 뱃머리는 희망이고

입항하는 뱃머리는 감사함이다.

뱃길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아버지의 품속 같은 따스함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하수 밤길.

어릴적 한두번은 꿈속에서 걸어보는 영롱한 밤길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란

노래가사 처럼

아련한 그 이유안되는 이유들을 들춰내며

뭔가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대감으로

어두운 밤길을 별길 벗삼아

달빛 등불되어 걸어가본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수만가지 길들.

앞으로도 내가 선택하며 걸어가야 하는 수천가지 길들.

가다가 가다가 지치면 쉬어도 가보고..

걷다가 걷다가 넘어지면 약도 발라보며

지금까지 잘 걸어왔듯..

이후의 길들 또한 잘 걸어가길 기대하며

오늘을 돌아본다.

지금까지 수고 했다고..

앞으로도 열심히 수고해 보자고.

내 선택은 늘 실수투성이지만

그 실수투성이를 완성 시키는 일은 내 능력이 아니다.

오늘도 괜찮다고 위로받으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받으며..

그렇게 또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내 여정 끝나는 그날까지..

내가 걸어가야 하는 수갈래길.

혼자가 아님에 감사하며..

잘 걸어가 보자.

잘 선택하며 또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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