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가는 자리.
자유롭다.
머물다간 흔적조차 남지 않고 나풀거리는 모습 그대로..
아껴주고 쓰다듬어주며 살며시 지나간다.
흔적이 없다는거..
어찌보면 초라하고 허망할수 있는데..
흔적이 있다고 행복한것도 아니고 없다고 슬퍼할 일도 아닌것 같다.
어차리 돌아가는 모습은 다 같은 모습일테니까.
하룻밤 사이로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사무실을 통과하며 마음의 열을 식혀줄수 있다니.
어제오후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작년12월에 현장공사하며 받은 대금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거래처 직원한테 빌려주며
바로 바로 공사하며 갚기로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않는 상황이 주어지다보니
여지껏 시간만 보내며 받을 방도를 생각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생각지 못한 어려움과 국내외 사정들.
불경기탓에 많은 일들이 줄어 들었고 그나마 어렵게 돌아가던 자금들 마져
다들 눈감고 귀막고 넘어가는 판인데...
한푼이라도 받아서 거래처나 회사 운영비 대출등 요긴하게 쓸일들이 많은데..
어제는 동서와 아이들 데리고 동물원에 놀러 갔는데 전화가 왔다.
"염치가 없는줄 알지만 빌려준돈 받기는 어려울것 같고 자가기 타고 싶어하는
할리 오토바이 그 친구한테 할부로 긁으라고 하면서 타면 안되겠느냐고."
아무소리도 할수 없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앞뒤 분간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이런 경우에 그런말 하면 본인도 무슨 말을 할지 아는 사람이..
왜 그런 소리를 하면서 내 심장을 콕콕 찌르며 아프게 하는건지.
뭐든지 마음먹으면 바로 바로 다 가지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것은 알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가 있는것이고 상황과 정도를 알아야 하는건데..
일이십만원도 아니고..
일이백도 아니고..
이천오백만원이란 금액을 자기가 타고 싶은 마지막 로망이라는 말로
거래처 대금 갚는것도 아니고.. 직원들 월급 주는것도 아니고..
대출금 상환하는것도 아닌... 자기 취미생활과 멋내기로 쓰고 싶다고 하니.
아무말도 안하자 왜 아무말도 안하느냐고 하길래..
내가 무슨말 하면 분명히 오해할거고 서운해 할것 같아서 말 못하겠다고
당신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그말이 더 무섭다고 전화 끊고는
문자가 왔다.
"내가 일 열심히 할테니까 나 월급 백만원씩 준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김재혁실장한테 할부로 다달이 갚으라고 하게."
딱 죽고 싶었다.
누구 말대로 이꼴저꼴 안보려면 죽는 수 밖에 없으니까.
눈물도 흘릴수 없었다.
너무도 철없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난 죽을똥 살똥 이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맞춰가면서 지내는데..
눈뜨면 아침이 오는게 두렵기도하며 머리가 아픈데..
자기는 할리가 가지고 싶고 타고 싶다고 하니.
자기가 하고 싶고 마음먹은 것은 여지껏 다해보고 살았다며 자랑하는 남편.
어찌하면 좋은것인지.
마침 사모님 카스가 와서 할리사진 올린것에 댓글 달아 답글했더니
함께 기도하자고 하신다.
일단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
무슨 말하면 곡해서 듣고 해석하며 판단하기에 입다물고 귀막고 조용히..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남편이 우상이되지 않기를.
이 바람도 머물지 않고 지나가기를..
이 바람도 흔적남기지 않고 지나가기를..
나뭇가지 바람에 휘청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듯이
나의 연약한 육신과 마음도 넘어지지 않기를..^^
(내가 가야 할 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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