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지나간 봄비탓인지 토요일 아침 햇살은 참 이쁘다.
냉기가 흐르는 차가움 없이 살포시 찾아온 봄볕마냥
따스하니 포근하다.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물오르는 포동한 살결이 보이고
메마른 저 나뭇잎이 떨어져나갈 자리에 연두빛 여린 잎들이 나오겠지?
그래서 봄은 말없이 주고받은 밀애와 같은 것인가보다.
내가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무한대의 마음처럼.
네가 먼저 오라고 보채며 투정하지 않고 내가 먼저 너에게 갈 수 있는 마음처럼.
많은 것을 움켜쥐면서 다 내것이라고 고집했던 시간이 있었다.
뭐든지 다 내뜻대로 내맘대로 내생각대로 이루어지고 맞춰지고 맞춰가야 직성이 풀리며
내 시선안에서 모든것들이 이뤄지고 통제가 되어야 맘이 편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더 긴장하면서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고 다른 생각 나지 못하도록
내가 완벽해야 했기에 부단히도 노력이란 글자와 고단함이란 단어를 짊어지고 있었다.
나만 한눈안팔고 바르고 성실히살며 내가 잘하면 다른것은 필요없을줄 알았으니까.
힘들면 기대게해주고 고단하면 쉬게해주고 아프면 쓰다듬어주고 답답하면 나가면 되었고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 움직이면 되었으니까..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만들어가며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같이 느낄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사람 마음은 다 같은 것이 아니였고 다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 내맘같지 않다는걸..
비단 남만 그런게 아니라 내자신 조차도 그렇다는걸.. 한참 만에 알았다.
많은것을 소유한듯한 그럴듯함 속에서 내가 많이 속고 속이며 속아서 살아왔다.
다 내것이 아니였는데 내것이라며 억지써가면서 살아왔고 그렇게 살았다.
그게 바로 내게는 족쇄가 되었고 내게는 무거운 짐이였고 지옥과 같은 형벌이였다.
위장된 위선과 같은 삶속에서 겉으론 평온하니 그럴듯해보여도 실상은...
수면아래서 발만 동동구르며 부단히 애를 쓰는 백조처럼.
그러면서도 늘상 모든 문제와 책임은 내가 만드는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며
나만 피해자라고 얼마나 아우성을 치며 억울하다고 울었던지.
서서히 메말라가던 나뭇가지가..
서서히 다 떨구어내던 나뭇가지가..
아래로 아래로..
깊은 물줄기를 찾아 뿌리로 뿌리로 내려가고..
그 뿌리는 수면위로 떨어지는 생명의 물을 빨아들이며
다시한번 기운을 내어서 나무줄기로 올려보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시 물이 오르고 생명이 꿈틀거린다.
마른 나뭇잎들을 다 떨구어낸 자리에 여린잎들이 다시 나올수 있듯이..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얼룩진 잎들을 다 떨구어 내 본다.
어리석었던 지난날이였다면..
상처때문에란 변명이 필요했다면..
그또한도 구차한 자기합리화니 스스로 정죄하지 말며
그럴듯한 위장된 언어에 나를 합류시키지 말자.
내가 버릴때!
내가 버렸을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먼저 시작할께.
지난날이 음지속의 삶이였다면 이제는 빛가운데서
빛된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내가먼저 돌아설께.
춥고 어두웠던 음지속에 빛이 들어오고 습이 말라 사라지도록
다시 호흡하는 공간이요 생명이 살수 있는 양지가 되도록.
내 자리를 찾으며 모두가 함께 맘편히 웃으며 쉴수 있게
내가먼저 시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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